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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3월 20일 다해 사순 제3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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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빨리 꿈을 확정해버리면 안 되는 이유> 


    오늘 복음의 주제는 ‘회개’입니다. 빌라도는 갈릴래아 사람들이 성전에서 제물을 봉헌할 때 그들을 죽여 그들의 피가 제물에 물들게 하였습니다. 이 말씀을 드렸더니 예수님은 “너희도 회개하지 않으면 모두 그처럼 멸망할 것이다”라고 하십니다.  


    분명 회개하지 않은 이는 ‘제물에 봉헌하는 이의 피가 섞이지 않은 것’에 대해 비판하시는 것입니다. 도대체 제물에 피를 섞는다는 것은 무슨 말일까요? 



    또 실로암 탑이 무너져 ‘열여덟’ 명이 깔려 죽었는데 이에 대해서도 회개하지 않으면 그렇게 된다고 하십니다. 실로암은 ‘파견된 자’란 뜻이 있습니다.  


    만약 누군가에게 파견되었는데 그 뜻을 이루지 못하게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요? 파견한 자의 뜻이 아닌 다른 뜻입니다. 지금 그 뜻이 죽는 것입니다. 그 뜻이란 분명 돈에 대한 욕심, 육체에 대한 즐거움, 힘에 대한 욕망일 것입니다.  


    누군가에게 파견되어 일을 수행할 때, 이 세 가지가 아니면 그 일을 완수하는 데 장애가 될 것이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열여덟을 ‘세속(6)+육신(6)+마귀(6)’의 합으로 봅니다.  


    그러며 말씀하시는 것이 포도밭에 자라나는 한 그루의 무화과나무 비유입니다. 포도밭에 웬 무화과나무일까요? 에덴동산에서 아담과 하와가 자신들의 부끄러운 곳을 가리기 위해 사용했던 것이 무화과나무 잎입니다. 반대로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우리가 되어야 하는 나무를 말할 때 사용했던 상징이 ‘포도나무’입니다. 우리는 참 포도나무에 접붙여진 가지입니다. 



    다시 말해 회개한 자는 자기가 되고 싶어 하는 무화과나무의 삶을 버리고 주님이 되기를 원하시는 포도나무의 삶으로 전환하는 일이란 뜻입니다. 이를 위해 지금 내가 추구하고 싶어 하는 것을 버려 나의 주인이 내가 아닌 하느님임을 증명해야 합니다. 이 예배가 제물을 드리는 것입니다.  


    따라서 제물에는 내 피가 들어있어야 합니다. 나를 섬기는 것이 아닌 하느님을 섬기는 것이어야 그분의 뜻을 들어줄 것이기 때문입니다. 또 이를 위해 세속-육신-마귀와 싸워 이기는 노력을 해야만 합니다. 어쨌건 그것이 살아있다면 주님의 뜻을 내 안에서 이뤄낼 수 없기 때문입니다.  


    포도나무는 주인이 맺기를 원하는 열매를 맺어줍니다. 반면 무화과나무는 주인이 원하는 열매를 맺지 않습니다. 자신이 원하는 열매를 맺습니다. 왜냐하면 주인은 ‘포도밭 주인’이기 때문입니다. 무화과나무는 주인의 계획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그런 것들은 결국 잘립니다. 우리는 주님께서 우리에게 원하시는 꿈이 무엇인지 찾아야 합니다. 그리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피가 섞인 제물도 봉헌해야 하고 삼구도 죽여야 합니다. 



    일본 애니매이션 ‘베르세르크 – 황금시대’의 내용입니다. 여기저기 전쟁터에서 돈을 받고 싸워주는 가츠란 인물이 주인공입니다.  


    가츠는 뛰어난 실력으로 적의 장수를 죽이고 두둑한 상금을 챙기고는 그를 붙잡아두려는 나라를 등지고 정처 없이 떠도는 삶을 삽니다. 그러다 ‘매의 단’이란 용병부대를 만나고 그 대장 ‘그리피스’와 한 판 붙습니다. 그런데 가츠도 그리피스에게는 상대가 되지 않습니다. 약속대로 그리피스의 오른팔이 되기로 합니다. 결투에서 지면 그렇게 하기로 약속했기 때문입니다. 본래 그리피스의 오른팔이 되기로 했던 그리피스를 좋아하는 캐스커라는 여자 군인이 있었는데 그녀는 느닷없이 나타난 가츠가 밉기만 합니다.  


    그런데 그리피스는 큰 야망이 있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자기만의 왕국을 가지고 싶었습니다. 천민 출신이지만 왕국을 갖는 게 꿈이었습니다. 매의 단의 인기는 점점 치솟고 그리피스는 한 왕국의 공주의 마음까지도 빼앗습니다.  


    이 와중에 가츠는 그리피스가 자신을 친구가 아닌 자기 야망을 채우기 위한 도구 정도로 취급하는 것을 느끼고는 그리피스를 떠나기로 합니다. 막아서는 그리피스와 대결을 하는데 이제 그리피스가 가츠의 상대가 되지 않습니다. 그리피스는 자기 오른팔이 자신을 떠난 아픔을 달래기 위해 공주를 찾았으나 군사들에게 발각되어 갇히고 고문당합니다. 그리고 매의 단도 쑥대밭이 됩니다.  


    이 사실을 멀리 있는 가츠가 듣게 됩니다. 가츠는 그리피스와의 옛정을 위해 특공대를 조직하여 그리피스를 구출해냅니다. 그러나 그는 이미 걸을 수도 없고 칼을 들 수도 없는 몸이 되어버렸습니다. 매의 단은 이제 가츠를 우두머리로 캐스커를 그의 오른팔로 삼고자 합니다. 가츠는 그 책임이 무거웠지만 어쩔 수 없이 받아들입니다. 그리고 캐스커도 사랑하게 됩니다. 반면 더 이상 남은 게 없는 그리피스는 자살을 시도합니다.  


    그런데 하늘이 어두워지더니 마왕들이 나타납니다. 그리피스를 마왕으로 만들어주겠다고 합니다. 그들은 오래전부터 그리피스의 야망을 보았고 그게 바로 그리피스라고 합니다. 마왕이 되려면 야망을 위해 친구들을 바쳐야 하는데 그 친구들이 매의 단입니다. 그리피스는 마왕이 되어 자기 왕국을 가져보기 전에는 죽기 싫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의 청대로 매의 단을 악마들에게 바칩니다. 이 와중에 매의 단은 전멸했고 가츠만이 어떤 힘의 도움으로 왼팔만 잃고 그곳을 탈출합니다. 그리고 깨닫습니다. 자신의 소명은 마왕이 되기 위해 동료들을 제물로 바친 그리피스와 마왕들과 싸우는 것임을. 


    그리피스는 태어나서 그냥 산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이 세상에서 무언가 이뤄내겠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이 자신의 왕국을 세우는 것이었습니다. 이 욕망 속에서 그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은 그저 자신의 욕망을 채우는 도구가 되었습니다. 결국엔 악의 힘까지 빌려 엄청난 힘을 지닌 마왕이 되었지만, 친구가 없습니다. 



    반면 가츠는 자신의 꿈이 무엇인지 몰랐습니다. 열심히 살면서 자신이 왜 살아야 하는지를 찾았습니다. 그러면서 자신도 모르게 누군가를 도와주고 구해 주고 또 진정한 사랑도 하게 됩니다. 자신을 이용한 사람을 구하기도 하지만 또 배신당합니다. 그리고 점점 자신의 꿈에 흐릿하게 보였던 미래를 깨닫게 됩니다. 그리피스가 마왕들이 원한 자신들의 후계자였다면 자신은 천사들이 뽑은 마왕과 대적하는 군사였음을.  


    우리 삶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구약의 요셉도 짚단과 별들이 자신들에게 절하는 꿈을 꾸었습니다. 가족들에게도 존경받는 인물이 될 것이란 꿈입니다. 그러나 그 꿈이 어떻게 실현될지는 몰랐습니다. 다만 자신을 그 꿈을 위해 봉헌하였습니다.  


    요셉은 그 꿈을 위해 하느님께 자신을 제물로 드렸습니다. 이것이 우물에 빠지는 것입니다. 나의 죽음입니다. 그리고 열여덟에 대항하는 욕망을 죽였습니다. 이것이 상징적으로 보티파르의 아내의 유혹을 이기는 것으로 표현됩니다. 이 과정을 통해 그는 하느님의 뜻을 성취해 드렸습니다. 그러니 요셉은 다른 형제들보다 먼저 하느님의 꿈을 찾을 수 있었던 회개한 사람이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만약 우리가 자녀들에게 “앞으로 뭐가 되고 싶니? 네 꿈은 뭐야?”라고 묻는다면 이는 아이들에게 자신만을 위해 사는 사람으로 살도록 종용하는 것이 됩니다. “하느님께서 너에게 바라시는 꿈이 무엇일까?”를 찾게 만들어야 회개한 사람입니다. 죽을 때까지 이 꿈을 찾지 못한다면 오늘 복음에 나오는 사람들처럼 멸망하고 말 것입니다. 내가 너무 명확한 꿈을 가지면 그 꿈이 자신을 멸망으로 이끌게 될 수 있습니다.  


    주님께서 꾸게 하시는 꿈은 처음엔 명확히 깨닫기 어렵습니다. 다만 포도나무로 자라기 위해 그분의 뜻에 접붙여져야 합니다. 분명 우리는 어떤 목적으로 창조되었습니다. 내 꿈이 아니라 주님의 꿈을 찾기 위해 자신을 제물로 봉헌하고 삼구를 이기는 노력을 한다면 분명 포도 열매를 맺게 될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나를 어떻게 쓰시기를 원하는지는 지금 명확히 알 수는 없습니다. 흐릿하게 보일 뿐입니다. 다만 “내가 무엇이 되기를 원하는 것일까?”에 대한 의문은 멈추지 말아야 합니다. 그리고 나아가는 것입니다.  


    내가 먼저 꿈을 확정해서는 안 됩니다. 만약 요셉에게 먼저 명확한 꿈을 알려주었다면 그는 분명 도망쳤을 것입니다. 그것이 어떻게 가능하겠습니까? 신약의 요셉도 마찬가지입니다. 그것을 받아들일 능력으로 성장했다면 그만큼 조금 더 명확하게 알려주십니다. 그렇게 나아가는 게 좋습니다.  


    꿈은 내가 이루는 것이 아니라 주님께서 당신께 접 붙어 있는 나를 통해 이루시는 것입니다. 만들어진 것은 만드신 분께 자신을 맡길 때 가장 가치 있는 삶을 살게 됩니다.



전삼용 요셉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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