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3월 2일 재의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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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시골 마을에 수탉 두 마리가 암탉을 차지하기 위해 치열하게 싸웠습니다. 한참의 시간이 흐른 뒤, 마침내 승패가 갈렸습니다. 싸움에 진 수탉은 깊은 상처를 입고 구석에 시무룩하게 있었고, 싸움에 이긴 수탉은 승리의 기쁨을 세상에 알리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높은 담장 위에 올라가 “꼬끼오~~”라고 큰 소리를 내지르며 자신의 승리를 알렸습니다.
이 소리를 하늘에 있던 독수리가 들었습니다. 그리고 순식간에 담장 위의 수탉을 낚아채서 하늘로 날았습니다. 이제 암탉은 누구의 차지가 되었을까요? 오히려 싸움에 진 수탉이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인생에서 영원한 승자, 영원한 패자는 없다고 합니다. 그만큼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것이 우리의 인생입니다. 그래서 늘 겸손의 마음이 필요합니다. 특히 가장 높은 자리에 있을 때는 더욱 이 겸손이 필요합니다. 미국의 루스벨트 대통령이 했던 말이 기억납니다.
“패배보다 승리 때문에 몰락하는 사람이 더 많다.”
주님께서도 직접 겸손함을 보여 주셨습니다. 따라서 우리도 그렇게 살아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자기를 세상에 드러내기 위한 노력만을 선호합니다. 사람들에게 인정받고자 하는 마음에 겸손은 사라지고 대신 위선자의 삶을 살고 있습니다.
“너희는 사람들에게 보이려고 그들 앞에서 의로운 일을 하지 않도록 조심하여라.”(마태 6,1) 이 복음 말씀을 묵상해 보면 매우 어렵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인간 사회에서 무엇인가를 잘하고 나면 으레 그 보상이나 칭찬을 기다리게 마련이기 때문입니다. 생각해보십시오. 의로운 일을 했는데 어떤 사람들에게도 인정받지 못한다면? 의로운 일을 했음에도 오히려 사람들에게 많은 비난을 받게 된다면? 다시는 의로운 일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의로운 일로, 세 가지 종교적인 의무를 말씀하십니다. 그것은 자선과 기도 그리고 단식이었습니다. 이 세 가지는 유다인들이 종교적인 신심으로 예부터 지켜오던 의무였습니다. 율법보다도 한 단계 위의 선행으로 생각했었습니다. 이런 행동을 했던 근본적인 이유는 하느님의 인정을 받기 위한 것이었지만, 대부분이 다른 사람들의 인정을 받고자 하는 마음이 더 컸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이를 나쁘다고 경계하시는 것입니다.
제1독서의 요엘 예언자도 “옷이 아니라 너희 마음을 찢어라.”(요엘 2,13)라고 말씀하십니다. 겉으로 보이는 회개의 모습이 아닌, 진정으로 마음에서부터의 회개를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지금 위선자의 모습으로 사는 것은 아닐까요? 사람들에게 보이기 위한 자선, 기도, 단식의 모습이 아닌, 주님께서 보시기에 미소 지을 수 있는 자선, 기도, 단식을 해야 합니다. 마음으로 우러나오는 진정한 회개가 오늘 사순시기를 시작하는 재의 수요일에 이루어지길 기도합니다.
오늘의 명언: 적을 없애는 방법은 친구가 되는 것이다(링컨).
빠다킹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