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3월 11일 사순 제1주간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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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형제님께서 명절 제사를 지내고서는 아내와의 관계가 나빠져서 너무 힘들다는 것입니다. 제사 지내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자기가 솔선수범해서 도와줬지만, 그런데도 힘들다며 형식적인 이 제사를 매번 치러야 하냐면서 푸념하는 아내가 너무 미워서 멀리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저는 웃으면서 “얼마나 도와주셨는데요?”라고 묻자, “제가 밤도 까고 전도 부치고 청소와 음식물 분리수거도 해줬습니다. 이 정도면 많이 도왔다고 생각하는데요?”라고 답하십니다. 정말로 많이 도와주신 것인가요? 그러나 제사의 주체가 누구일까요?
제사 지내는 이 조상님은 형제님의 조상님이었습니다. 아내는 형제님과 결혼하지 않았으면 아무 상관 없는 조상님입니다. 따라서 엄격히 따지면 남편이 돕는다고 말할 것이 아니라, 아내가 도와주는 것이 맞는 것입니다. 즉, 아내의 일이 아닌, 남편의 일입니다.
남편은 돕는다는 마음이 아니라, ‘내 일’을 하는 것이라는 생각으로 해야 했습니다. 부부는 일심동체라서 당연히 아내의 일이 되는 것이 아닙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미워할 일이 아니라, 감사할 일입니다. 미움이 생기면 얼른 사랑의 이유를 찾아야 합니다. 이것이 주님의 뜻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율법을 없애러 오신 것이 아니라, 완성하러 왔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율법주의에 빠져있는 율법 학자와 바리사이들보다 더 의로워야 한다고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그 율법 완성의 첫 대목으로 ‘살인해서는 안 된다.’라는 계명을 제시합니다. 율법을 없애러 오셨다면, 이 계명은 폐기될 것입니다. 그러나 오히려 이 계명을 더 확장하십니다. 사랑의 법을 우리 마음에 심기 위해, 악한 마음을 뿌리 뽑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긴 살인은 악한 마음에서 나옵니다. 그런데 악한 마음이 뿌리 뽑혀 사라진다면, 굳이 ‘살인해서는 안 된다’라는 계명이 등장할 필요도 없게 될 것입니다.
악한 마음을 뿌리 뽑기 위해, 형제에게 성을 내는 자는 재판에 넘겨지고, 형제에게 ‘바보!’라고 하는 자는 최고 의회에 넘겨지고, ‘멍청이’라고 하는 자는 불붙는 지옥에 넘겨진다고 하셨습니다. 여기서 ‘바보, 멍청이’는 종교적인 뜻이 있는 단어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즉, 하느님을 모른다고 하는 자, 하느님을 거역하는 자, 하느님께 불경스러운 자를 가리킵니다. 스스로 형제를 판단하고 단죄해서 아주 못된 사람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미움을 어떻게 사랑으로 바꿀 수 있는지를 늘 먼저 생각해야 합니다. 주님의 뜻이니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오늘의 명언: 홀로 일어난 새벽을 두려워 말고 별을 보고 걸어가는 사람이 되라(정호승).
빠다킹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