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4월 13일 다해 성주간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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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은전 30냥으로 무엇을 잃는지 아는가?>
오늘 복음은 가리옷 유다가 예수님을 은전 30냥에 팔아넘기는 이야기입니다.
죄는 예수님을 팔아넘기면서도 은전 30냥의 가치를 잃는 것을 더 두려워하는 사람에게서 나옵니다. 하느님 사랑을 잃는 것보다 어떻게 얼마 되지도 않는 가치를 잃는 것을 더 두려워할까요? 하지만 우리 대부분은 그렇습니다. 그래서 죄를 짓습니다. 모든 죄 안에는 항상 은전 30냥의 즐거움이 깃들어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자신은 죄를 짓고 남을 미워하는 등의 죄 속에 머무는 것이 너무 고통스럽다고 말합니다. 거짓말입니다. 그 사람은 그냥 은전 30냥을 즐기고 있는 것입니다. 그 고집을 꺾고 싶지 않은 것입니다. 사람을 미워하는 것은 고통스럽지만 동시에 그 사람을 미워하며 자신은 의롭다고 느끼는 은전 30냥의 기쁨이 있는 것입니다. 우리 대부분은 이 은전 30냥으로 더 큰 가치를 잃습니다.
남편을 먼저 사랑해야 할까요, 아니면 아이를 먼저 사랑해야 할까요? 이것은 선택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남편의 사랑을 포기하더라도 자녀들에게 더 잘해주려 합니다. 자녀를 통해 얻는 은전 30냥이 있기 때문입니다.
SBS 영재발굴단에서 “엄마, 난 언제 놀 수 있어?”라고 말하는 8살 세윤이가 나온 적이 있습니다. 세윤이는 매일 11개의 학원에 다닙니다. 그냥 여느 가정의 저녁 식사 시간입니다. 아이는 엄마에게 묻습니다.
“나 한자 복습 오늘 해야 해? 한자 급수 안 외워도 되잖아.”
엄마는 무덤덤하게 대답합니다.
“어, 금방 하잖아!”
“놀고 싶어. 엄마 나 그럼 언제 놀 수 있어?”
“놀 수가 없을 수도 있겠네.”
“왜?”
아빠는 식사를 빨리 마치고 “하~ 잘 먹었습니다”라고 답답한 감정을 표현하며 직감적으로 방으로 피합니다. 엄마는 세윤이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하다가 그만두면 안 한 것만 못해. 갑자기 그만두면 다 소용이 없잖아. 뭐가 남아? 어? 없잖아.”
세윤이는 뾰로통해서 방에 들어가 억지로 공부합니다. 그러나 좀처럼 마음이 잡히지 않습니다. 갑갑함에 한숨을 쉬며 노래를 듣습니다. 이런 가사가 나옵니다.
“나의 꿈이 이뤄지는 날 환하게 웃으세요. 엄마를 생각하면 왜 눈물이 나지. 세상에 좋은 걸 모두 드릴게요. 엄마 사랑해요.”
아이는 눈물을 훔칩니다. 그러며 계속 공부합니다. 이 아이는 이렇게 크면 엄마와 똑같은 아이가 될 것입니다.
엄마는 남편이 싫어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남편의 사랑을 잃지만, 자녀를 저렇게 키우며 얻는 은전 30냥도 있습니다. 하지만 나중에 딸에게 사랑받을까요? 자신을 이렇게 이용한 엄마를 미워하게 될 것입니다.
전교 2등을 하던 학생이 조금만 더 하면 전교 1등 하겠다고 말했던 엄마에게 전교 1등을 한 날 “엄마 됐어?”란 딱 네 자를 유서로 남기고 목숨을 끊은 사건은 유명합니다.
엄마는 은전 30냥으로 잃는 것이 무엇인지 몰랐습니다. 그냥 은전 30냥만 생각했습니다. 유다 이스카리옷도 마찬가지입니다. 은전 30냥으로 잃는 것은 하느님의 사랑이었습니다. 이런 엄마도 은전 30냥으로 남편과 자녀의 사랑을 잃습니다. 그러나 반드시 은전 30냥은 가집니다. 물론 사랑을 잃으면 그것도 가치가 없어져 결국엔 유다와 같은 최후를 맞게 될 것입니다.
모든 죄에 기쁨이 있는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죄에서 벗어나려면 그 기쁨을 위해 잃는 것이 무엇인지 깊이 묵상해야 합니다.
은전 30냥은 탈출기에 보면 나의 소가 누군가의 종을 들이받아 죽였을 때 물어주어야 할 값입니다. 성경에서 소는 뱀과 함께 자아를 상징합니다. 나의 자아를 방치하여 누군가의 종을 죽이게 만들 때 드는 돈이 30냥인 것입니다. 하지만 30냥으로 누군가의 종을 죽임으로써 그 주인과의 관계는 그것으로 끝이 납니다.
은전 30냥은 결국 뱀의 말을 따라주면서 얻는 선악과를 뜻할 수밖에 없습니다. 선악과를 내가 죄를 통해 얻는 은전 30냥이라고 여겨 십일조로 봉헌한다면 죄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이 섬겼던 금송아지는 결국 모세가 십계명 판을 깨면서 그들에게 먼지로 마셔졌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이 자아를 섬기는 값이 하느님과의 계약 단절, 곧 관계 단절을 가져옴을 깨닫고는 자신들이 섬겨온 은전 30냥이 그냥 먼지에 불과했음을 깨닫습니다. 그래서 다시 죄를 뉘우치고 하느님과의 계약을 원하게 되었습니다.
여기 한 지혜로운 아빠 엄마가 있습니다. 아빠는 아이들을 방목하고 엄마는 그런 아빠가 자녀들보다 우선입니다. 아이들보다 남편의 사랑을 잃지 않으려 합니다. 아빠가 들어오면 자녀들보다 먼저 아빠를 안으려고 자녀들과 싸우며 뛰어갑니다. 아이들한테서 오는 기쁨보다는 남편한테서 오는 기쁨이 더 크다는 것을 아는 여인입니다.
이번에 서울대에 합격한 붕어빵 지웅이의 부모입니다. 붕어빵에 아빠 정은표 씨와 출연하기도 했던 정지웅 군은 고등학교 때 래퍼로 대회도 나가고 또 서울대에 합격하였습니다. 그가 머리만 좋아서일까요? 어쩌면 좋은 머리도 부모의 사랑으로부터 비롯되지 않을까요? 저는 부부가 서로 사랑하면 자녀의 머리도 좋아진다고 믿습니다. 머리도 써야 좋아지는데, 생존보다는 더 광범위한 시각으로 생각을 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하는 모든 행위에는 항상 사랑과 은전 30냥과의 사이에서 선택하는 것임을 잊지 맙시다. 사랑을 선택합시다. 물론 그러면 은전 30냥은 포기해야 합니다. 그러나 결국 무엇이 더 큰 행복인지 아는 것이 ‘지혜’입니다. 지혜 있는 사람은 사랑을 포기하며 먼지와 같은 순간적인 기쁨을 선택하는 일은 없습니다.
전삼용 요셉 신부